◆…박헌옥 용인세무서장.

1983년 국립세무대학을 졸업한 뒤 3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국세청 핵심부서에서 열과 성을 다해 근무한 '만능 국세맨' 박헌옥 용인세무서장(사진)이 다사다난했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젊음을 다 바쳐 일한 정든 직장을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기쁨과 후회, 섭섭함 등 만감이 교차한다는 박 서장.

그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세청에 처음 입사할 때 가졌던 열정과 진지함을 끝까지 유지해 성실하고 지혜로운 인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비록 현직을 떠나 세무사업을 수행하더라도 언제나 국세맨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면서 후배들과 좀 더 교감하고 정 많은 선배로서 함께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한 줄기 빛이 된 '세무대학'

박 서장은 1961년 전남 영광에서 6형제 중 3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광주로 전학해 동신중을 졸업했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 1년 동안 공사현장 등을 전전하며 학비를 벌어야 했던 박 서장. 

그는 '자립심을 키워 나아가야 된다'는 굳은 결의를 품고 그 이듬해 광주 진흥고에 입학했다.

학업에 매진한 결과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게 된 박서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당시 수업료 등을 국가에서 보조해 주는 국립세무대학(1기)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됐다.

세무대학 재학 중에는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로 솔선수범해 동아리 등 학교 활동에 적극 참여했고 교우들과의 유대감을 키웠다. 한편으로는 국세공무원으로서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 학과목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박 서장은 "국세청 입사는 유년시절 아버님께서 공직(면사무소)에 계시면서 내심 자식 중 한 명 정도는 공직으로 진출하기를 은연 중 소원하신 그 마음을 제가 받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자리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대학졸업 후 국세청에 입사한 박 서장은 교육원 교수과, 중부지방국세청 조사국, 국세청 조사국 등 핵심부서를 비롯해 마포·개포·성북·의정부·서부·수원·동수원 등 일선세무서에서 근무하며 역량을 다져갔다.

사무관 승진 이후에도 조사는 물론 납세자보호 관련 부서, 행정부서 등 국세청 주요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국세청에 없어선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성장했다. 공을 인정받아 서기관 위치까지 올라선 그는 홍성세무서장, 중부청 개인납세2과장 등을 거쳐 용인세무서장으로 국세청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그는 국세청 조사국 근무시절 '세원동향보고서' 서식을 최초로 기획하고 팀장 이하 전 직원들이 6개월 동안 밤샘 작업으로 서식을 완성해 전국 각 지방청, 일선관서에 파급시켜 보고서를 매월 제출받게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현재 국세청에 '세원정보과'를 탄생하게 한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희노애락'이 가득했던 국세공무원교육원 근무시절은 만감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교육원 서무과 재직 중 세무대학이 폐교되는 과정에서 각종 세무대학의 상징물까지 함께 폐기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도서관 건물에 '세무대학 박물관' 설치를 기획해 이를 관철시켜 개관한 일이 가장 뿌듯하고 보람찬 일이었다는 박 서장.

1999년 9월 경인국세청과 중부국세청이 하나의 새로운 중부국세청으로 통합될 당시 조사2국4과에서 재산조사를 총괄하면서 '주식변동조사'에 대한 실무교육강사로 지정되어 직접 교재를 작성하고 준비한 순간도 생생히 기억되는 공직생활의 한 페이지다. 

아울러 그는 중부청 행정계장 재직 시 '사랑나눔 바자회'를 최초로 개최해 그에 대한 수익금을 불우한 중고생들의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도 했으며, 뮤지컬 등 공연기획사와 중부청이 MOU를 체결해 질 높은 공연을 저렴한 가격대로 관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직원들로부터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밖에 용인세무서장으로 근무하면서는 지난 4월 용인세무서에서 분리된 기흥세무서 개청을 도왔으며, 신규직원과 베테랑 직원이 함께 업무를 처리하는 '멘토처리제'를 통해 최하위였던 자료처리실적을 상위권으로 끌어 올리는 리더쉽을 발휘하기도 했다.

◆…용인세무서 세정협의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박헌옥 서장.

'제2의 인생' 시작…"최고 전문가 되겠다"

이달 말 국세청을 떠나는 박 서장은 후배들에게 '기본'과 자기계발'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상의 납세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모든 분야에서 기본에 충실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는 "국세공무원의 기본업무가 세법집행인 만큼 납세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해박한 세법지식과 업무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기본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완벽한 스펙을 갖춘 신규 자원들이 국세청에 많이 들어오고 있으나, 현재 시스템상 이들을 별도 관리해 인재로 키울 인프라가 부족해 방황하는 후배들을 많이 보았다"면서 "경쟁력 있는 국세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서장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무대리인으로서의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납세자의 니즈(needs)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세법에서 인정하는 범위내 절세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또한 납세자가 회사 경영시 어려운 점 등 하고 싶은 얘기를 끝까지 경청해 주며 동고동락하면서 멋있는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국세청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납세자와 세무서간 교감 및 가교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세법상 해석차이나 납세자의 억울함 해소 등을 연구하고 경청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헌옥 용인세무서장 프로필]

▲1961년 ▲전남 영광 ▲진흥고-세무대1기 ▲경희대 경영대학원석사 ▲8급특채
▲마포·개포·의정부세무서, 국세청 조사국, 수원세무서, 중부청 조사국, 국세공무원교육원, 중부청 조사1국1과, 이천세무서 법인세과장, 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실, 수원세무서 소득세과장, 중부청 행정계장(서기관승진 14.06.27), 중부청 법인납세1팀장, 홍성세무서장, 중부청 개인납세2과장, 용인세무서장